소소한 글

"그럼 언제 놀아?"

남편, 아빠...그리고 목사 2026. 7. 14. 23:53

 

  윤가은 감독의 "우리들"이라는 영화가 있다. 전체적으로 어린아이들의 감정을 묵직하게 느낄 수 있어서 참 좋았는데, 그중에서도 유독 마음을 울리는 장면이 하나 있었다. 주인공 '선'의 다섯 살 난 동생 '윤'이가 유치원 친구인 '연우'와 잔뜩 싸우고 돌아온 날, 두 남매가 나눈 대화이다. 속상한 마음에 누나인 선이가 동생 윤이를 다그쳤다. "연우가 때렸으면 똑같이 때렸어야지!" 그러자 윤이는 잘 이해가 안 된다는 표정을 지으며 이렇게 되묻는다.

 

"내가 때리고, 연우가 때리고, 또 내가 때리고…… 그럼 언제 놀아?"

 

  초등학생인 누나 선이의 세계에서는 '받은 만큼 돌려주는 것'이 나름의 정답이었을 것이고, 상처받지 않기 위한 생존 방식이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동생 윤이의 세계에서는 상처받고 싸우는 것보다 '함께 노는 것'이 훨씬 더 중요했다. 나는 이 대화를 보며 한 가지를 깨닫게 되었다. 다섯 살 윤이의 세상은 초등학생 누나조차도 감히 침범하거나 정의 내릴 수 없다는 것, 그리고 자기만의 세상에서 저마다 생각하는 정답은 얼마든지 다를 수 있다는 것을 말이다.

 

  최근 학부모 모임에 나가 한참 이야기를 듣다가 문득 이 장면이 떠올랐다. 요즘 적지 않은 부모들이 아이들의 세상에 너무 깊이 개입하려 한다. 아이가 상처받지 않기를 바라는 애틋한 마음에서 비롯된 행동이겠지만, 자신들이 생각하는 정답을 아이들에게 주입하고 그 뜻대로 아이를 움직이려 하는 것 같다. "누가 너한테 그러면 너도 똑같이 해", "그런 친구랑은 놀지 마!"라며 어른들의 계산법과 해결 방식을 아이들의 순수한 세계에 억지로 밀어 넣는 것이다.

 

  하지만 아이들은 어른들의 생각보다 훨씬 강하다. 저마다 갈등을 겪고, 부딪히고, 깨어지기도 하겠지만, 또 언제 그랬냐는 듯 툴툴 털어내며 자신들만의 세계를 살아간다. 어쩌면 아이들에게 정말 필요한 것은 어른들이 정해준 완전하고, 세련된 정답이 아니라, 그저 친구들과 마음껏 부딪히며 노는 시간 그 자체일지도 모른다. 아이들에게 늘 완전한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결코 완전하지 못한 세상을 마주했을 때의 태도와 반응이다. 때론 어설프고, 부족하고, 나와 맞지 않는 타인을 마주할 때도 스스로를 지키면서 그 존재를 받아들일 수 있도록 내면의 힘을 길러주는 것 말이다.

 

 부모가 해야 할 역할, 교육의 진정한 본질은 이러한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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